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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법당 뒤] 선혜행자와 구리천녀(1)

삼운사 0 3,451 2015.11.1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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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사(四)아승지 십만겁의 옛날에 연등부처님(燃燈佛)께서 이 세상에 오셨다. 이 무렵 무마성이라는 도시에 '선혜(善慧)'라고 부르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는데, 선혜의 아버지는 무마성의 호족 바라문으로 대단한 재력을 가진 부호였으나, 선혜가 어릴 때 수많은 재산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선혜는 그의 아버지가 이 많은 재산을 모으느라고 말할 수 없는 수고를 하고도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세상의 덧없음을 느꼈다. 그래서 부모님의 장례를 치른 선혜는 국왕에게 청하여 나라 안의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들에게 재산을 모두 나누어 준 뒤,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자 서원하고 끝없는 고행의 길을 떠났다.

생사의 고통 속에서 방황하는 자신과 세상의 모습을 보고 크게 발심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큰 행원(行願)을 발하였다. '이 세상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이 끝없이 많사오매, 내 부처되어 마지막 한 생명까지 기어이 건지오리다.' (불본행집경)

이렇게 거룩한 서원을 세우고 수행하던 선혜행자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에서 내려왔다. 산을 내려와 마을로 가는 길에 오백 명의 수행자를 만난 선혜행자는 그들과 도(道)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백 명의 수행자들은 선혜행자의 가르침과 그의 서원을 듣고 마음 가득히 환희심을 내었으며, 헤어질 때가 되자 한 사람씩 은전 한 닢씩을 내어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였다. 선혜행자가 그들과 헤어져 마을 어귀에 이르니, 집집마다 전단향을 피워 놓아 향기가 온 마을에 가득 하였으며, 골목길은 마치 물로 씻어낸 듯 말끔하였다.

선혜행자는 궁금한 생각이 들어 마을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오늘이 바로 연등부처님께서 마을에 오시는 날이라고 하였다. 선혜행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부처님을 뵙고 자기의 서원을 여쭈겠다고 일찍부터 생각해 온 터라, 그의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연등부처님께 바칠 꽃을 구하려고 했는데, 왕을 비롯한 수 많은 백성들이 이미 연등부처님께 바칠 꽃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꽃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마침 맞은 편에서 고오피라는 천녀(또는 구리천녀 拘利天女)가 일곱 송이의 푸른 연꽃을 아무도 못보게 감추어 가지고 걸어왔다. 그러나 선혜행자는 지성으로 꽃을 구함에 그녀에게 푸른 연꽃 일곱 송이가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혜행자는 구리천녀를 찾아가서 꽃을 나누어 달라고 간절히 사정을 했다. 꽃을 숨겨 두었던 구리천녀는 저절로 드러난 꽃을 보고 크게 놀라면서도 부처님께 공양할 꽃이라고 거절하였다. 그러나 꽃을 구하려는 선혜행자는 다시 간청하였고 천녀는 팔고 싶지 않은 생각으로, 한 송이에 아주 비싼 값인 금전 백 닢을 요구하였더니 행자는 선뜻 금전 오백 닢을 내놓고 꽃 다섯 송이를 달라고 하였다.

구리천녀는 선혜 동자의 말을 듣고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이 꽃을 사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하고 물었다. 행자는 꽃을 연등불에게 바치고 연등불로부터 내세에 성불할 수기를 받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였다. 또 자기 일신의 안락을 위해서가 아니고 고통에서 허덕이는 많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성불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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