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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법당 뒤] 성을 넘어 출가를 결행하시다

삼운사 0 2,887 2016.01.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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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께서는 출가하실 마음을 결정하시고 즉시 마부 차익(찬다카, 빨리어 찬나)을 불러서 말 안장을 속히 정돈하라 분부하셨다. 차익은 장사 중에 마음이 제일 충직하므로 태자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말은 이름이 건척(칸타카)인데 태자가 세살 적에 부왕이 안고 자재천묘로 거동하시는 중 항하수를 건너갈 때 중류에 이르러 물속으로 백룡이 솟아올라 배를 지고 건너간 후, 변화로 흰 말이 되어 태자에게로 돌아오니 하루에 능히 삼천 리를 달릴 수 있었다. 이날 밤 차익이 태자의 명을 받아 말을 끌어다가 안장을 정돈하였다.


이때에 태자 의관을 정제하고 부왕 침전을 향하여 사배하시며 급히 궁전을 떠나려 하여 차익이 말 건척을 이끌고 기다렸다. 태자 막 타려 하는데, 건척이 문득 말굽을 들어 세번 치며 목을 느려 슬피우니 그 소리 처량하였다. 태자 헤아리되, '슬프다. 건척이 비록 짐승이나 집을 떠나는 주인을 하직하려 하니 슬퍼하는구나' 하시며 잠시 주저하셨다.


이때 야수(아쇼다라)부인은 부왕의 명을 받아 밤마다 태자 침전의 동정을 살피다가 여러 날이 되니 약한 몸이 노곤하여 잠깐 침상에 기대어 졸다가 꿈을 꾸었다. 문득 허공으로 상서 구름이 일어나며 무수한 장육금신이 오색광명을 놓아 어두운 밤이 대낮같은데 태자 그 가운데로 몸을 날려 공중으로 솟아오르니 해와 달이 떨어져 두어깨에 얹혀지며 구름속으로 백룡을 타고 사천으로 향하거늘, 야수비 창망히 소리질러, '태자는 첩을 버리시고 누구를 쫓아 어디로 가시나요?' 태자 구름 가운데서 한번 돌아보며 뒤에 따라오는 동자를 발로 밀치니, 그 동자 울며 야수품 가운데로 달려들어 깜짝 놀라 일어나니 남가일몽이었다. 동자의 우는 소리 귀에 쟁쟁한 듯 하여 부인이 이상히 여기고 급히 시녀를 깨우니 이때가 삼경이었다.


조용한 달빛은 서천에 걸려 있고 사방이 고요하거늘 부인이 시녀를 데리고 태자의 침실로 들어가니 창문이 열려 있고, 문 밖에서 문을 지키던 우다니, 수다라등과 궁녀할 것 없이 모두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바로 침실로 들어가니 다만 옥로에 향연이 서려 있고 쇠잔한 촛불이 밝게 비추는데 사람의 자취는 묘연하였다. 야수 너무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마침 건척이 우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쫓아 급히 달려 나갔다. 태자 말 허리를 잡고 주저하다가 부인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오늘 밤에 출성코저 함은 정각을 이루기 위함이니 부인께 부디 뒷 일을 부탁하리라."

 

< 팔상록 - 경월당 행법스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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