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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법당 뒤] 선혜행자와 구리천녀(2)

삼운사 0 4,321 2015.11.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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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리천녀(天女)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동자를 바라보고 있다가 조용히 말하였다. '나는 이 꽃을 그대에게 그냥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내게도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내 소원은 다름이 아니라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동자께서 나와 결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동자는, '나는 이미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몸이므로 지금 당장 결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하지만 만일 내세(來世)에서 만나, 결혼을 한다 해도 다시 수행을 위해 출가할 때는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다는 조건이라면 구리천녀의 요구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이미 선혜동자에게 반해 버린 구리천녀는 그에 따르겠다고 하면서 일곱 송이의 꽃을 그냥 동자에게 주었다. 그러면서 다섯 송이는 선혜동자의 뜻에 따라 쓰고, 두 송이는 자기의 사랑을 위해 바쳐 달라고 말하였다. 선혜동자는 꽃을 받아 들고, 나는듯이 뛰어서 연등불에게 달려갔다.

곧바로 선혜행자는 연등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저 구리천녀가 부탁한 두 송이 연꽃과 함께 일곱 송이 꽃 칠경화(七莖花)를 부처님께 받들어 올렸다. 왕과 백성들이 올린 꽃들은 모두 땅에 흩어졌으나 오직 선혜행자가 올린 일곱 송이 연꽃만이 부처님의 머리 위에 화대로 장식되었다.

이 때 연등부처님이 지나실 길에 진흙탕이 있는 걸 보고, 선혜동자는 곧 입었던 사슴가죽 옷을 벗어 진흙탕에 깔고 그것도 부족하자 머리를 풀어 진흙 위를 덮고, 엎드려 부처님을 우러러 보며 사뢰었다.

'부처님, 진흙을 밟지 마시고 부디 제 머리털과 몸을 마치 마니구슬의 판자로 된 다리를 밟는다 생각하시고 지나가십시오. 그러면 그것은 저에게 영원한 이익이 되고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며 지극한 마음으로 큰 행원을 일으켰다.

이 때에 연등부처님께서 선혜행자를 향하여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오, 장하다 선혜야, 그대의 보리심은 갸륵하구나. 그대는 과거 오랫동안 여러 생애를 두고 수행을 쌓았고, 몸과 목숨을 바쳐가며 남을 위해 애를 썼으며, 욕망을 버리고 자비로운 행을 닦아 왔다. 이 지극한 공덕으로 오는 세상에 기필코 부처가 되리니 그 이름을 석가모니라 부르리라.' 이렇게 선혜행자를 찬탄하며 수기(授記)를 내리셨다. 수기란 부처님이 보살과 불제자 수행인들에게 다음 어느 세상에 성불하리란 것을 낱낱이 예언하시는 교설이었던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 본 구리천녀는 선혜행자의 뜨거운 구도심(求道心)에 감동하여 함께 엎드려 절하였다.

이 일이 연유가 되어 선혜행자는 뒤에 석가모니부처님이 되셨고, 구리천녀는 야소다라 비가 되었다.

이후 선혜행자는 10만 아승지겁을 지내면서 10바라밀을 수행하여 스물네분의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뒤 도솔천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때 이름이 '호명보살'이었다. 도솔천에서 4000년동안 천계의 중생들을 제도하다 입멸하신 후, 정반왕과 마야부인을 부모로 고르시어, 석가모니부처로 탄생하셨다.

그리고, 선혜동자가 일곱 송이의 꽃을 가진 구리천녀에게 결혼을 약속하고 두 송이는 구리천녀가, 다섯 송이는 선혜동자가 부처님께 함께 올렸기에 지금도 부처님 전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신랑이 다섯 송이, 신부가 두 송이의 꽃을 부처님 전에 올리며 부처님을 받들고 가르침대로 살 것을 기약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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