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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법당 뒤] 마왕의 항복을 받고 깨달음을 얻으시다

삼운사 0 3,267 2016.04.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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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싯달타 수행자가 선정에 들어 깨달음을 얻으려 하자 가장 다급해진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중생과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마왕 파순이었다. 마왕 파순은, '사문 고타마가 깨달음을 이루려 한다. 그가 깨달음을 성취하면 그 깨달음의 경지는 나의 능력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가 깨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먼저 자신의 세 딸을 보내 고타마를 유혹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고타마는 수미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희들의 몸은 비록 아름답지만 모든 악이 가득해 견고하지 않고 부정이 흘러 생로병사가 항상 따른다. 교태섞인 웃음으로 탐욕의 화살을 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대들의 욕망을 독약으로 안다. 칼날에 발린 꿀은 혀를 상하게 하고 사악한 욕정은 독사의 머리와 같으니 내 이미 모든 유혹을 뛰어 넘었다. 너희들은 모두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물러가거라."

이렇게 말하자 마왕의 세 딸들은 모두 추한 노파로 변해 탄식하며 물러갔다. 그러자 마왕은 화가 나서 악귀를 총동원하여 수행을 방해하였다. 그러나 부처님 앞에서 그것은 모두 꽃으로 변하여 흩날릴 뿐이었다. 유혹과 폭력으로도 수행을 막지 못한 마왕은 직접 싯달타 앞에 나타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석가족의 아들 고타마여! 그대는 속히 일어나 이곳을 떠나라. 그대에게는 전륜성왕의 지위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가! 이제 곧 가서 세간을 다스리는 위대한 왕이 되어 그들을 지배하고 오감의 쾌락이 주는 미묘한 맛을 마음껏 즐기라." 이렇게 회유하자 수행자 고타마는 마왕을 향해 다음과 같은 준엄한 사자후를 한다.

"게으른 자의 무리여, 사악한자여, 그대가 여기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그대가 말하는 좋은 공덕이란 그것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내 마음은 어떤 욕망에도 끌려가지 않는다. 보라, 내 존재의 이 순수를! 그대의 제1 군대는 욕망이며, 제2 군대는 혐오이며, 제3 군대는 기갈이며, 제4 군대는 집착이다. 그리고 그대의 제5 군대는 피로와 수면이며, 제6 군대는 공포심이요, 제7 군대는 의혹이며, 제8 군대는 위선과 고집, 그리고 그릇된 방법으로 얻은 이익과 명성이며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대의 전 병력이며 검은 마군이다. 악마여, 사람들도 저 신들마저도 그대의 군대를 격파할 수 없지만 그러나 나는 지혜의 힘으로 그대의 군대를 쳐부수리라. 굽지 않은 질그릇을 돌로 쳐 깨뜨리듯이" 《숫타니파타》

그리고 부처님은 머나먼 과거세로부터 한량없는 세월을 두고 선근공덕을 쌓아왔기에 악마의 군대를 물리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마왕 파순은 그것을 누가 증명할 수 있는지 말해보라고 외쳤다. 수행자 고타마는 오른 손을 내밀어 땅을 가리키며 "이 땅은 능히 일체의 물건을 내어 차별이 없이 평등한 행을 하도다. 원컨대 진실을 말하라"고 했다. 이때 땅을 지키고 있던 지신(地神)이 "가장 큰 대장부시여! 내 당신을 증명하리라. 제가 아나이다"라고 외치자 대지와 삼천대천세계의 국토는 두루 크게 진동하였다. 마왕은 이 우렁찬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수행자 고타마는 마왕의 항복을 받고 아무런 방해도 없이 깊은 선정에 들었다. 일반적으로 절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 불상을 보면 왼손은 가부좌한 발 위에 올려놓고 오른 손은 무릎 위에서 아래로 땅을 향하는 항마촉지인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부처님께서 마왕에게 항복을 받으신 장면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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