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에서 생긴 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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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4 00:00
나는 어제 미장원에 갔었는데, 어쩌다 종교얘기가 나왔다.
그 때 어느 아줌마(사모님?)께서 끼어들어 교회선전(?)이 전개되고 말았다.
참으로 그 열정이 대단하였고, 나는 별로 말 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열변을 토하시다가 파마할 차례가 되어서
미장원은 다시 조용해졌고, 나도 집으로 올 수 있었다.
뭐 생소한 경험은 아니다.
비슷한 상황을 몇번 겪어보기야 했다.
사실 그럴 때마다 꽤나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어떻게 개신교 신자들은 저렇게 간결하고 힘차게 자신의 종교를 말할 수 있을까?
불자로서 나의 믿음이 저들보다 결코 부족하지 않건만, 왜 나는
불교에 대해서 저렇게 간결하고 강력하게 설파하지 못하는가?
한동안 그런 생각에 괴로워했다.
그러다가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말로 설명이 잘 된다고 그게 꼭 진리인 것은 아니야.
말로 설명하고 이해하기야 천동설이 훨씬 간단명료하지.
이렇게 요지부동인 땅덩어리가 중심이고 밤낮으로 뜨고지는 태양이 돈다고 하는게 그럴 듯 하지
어떻게 이 지구가 허공중에 두둥실 떠서 돌고, 그것도 자전에 공전까지 해대며 태양 주위를 돈다고 말하는게 쉽겠어?
교과서에서 배웠으니까 그러려니 하는 것 뿐이지, 세기의 석학 갈릴레이가 미친놈 취급 받을 만도 했지..'
그렇다. 개신교와 불교 - 그것은 깊이의 차이이다.
천동설은 몇마디의 말로 설명할 수 있지만, 지동설을 입증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던가.
교과서에 실리기전에 이 논점을 가지고 언쟁이 붙었다면
목소리를 높여대는 천동설 앞에서 지동설을 주장하려면 얼마나 곤혹스러웠겠나..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진리는 언젠가는 그 모습을 드러내고야 만다는 사실이다.
16세기에 천문학에 의해서 교황청의 천동설 주장이 무너져 내렸고
20세기엔 현대철학의 원조인 니체에 의해서 신의 존재가 부정되고 말았다.
그러나 불교는 어떠한가?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의해서, 아인시타인의 등가법칙에 의해서, 오히려 더 잘 설명되어지고 있다.
과학자 철학자는 인류의 두뇌이며, 과학과 철학은 인류의 이성이다.
이성은 감성의 저항을 이겨내며 진리로 진리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그 과학과 철학의 주류가 서양이며
그들의 종교는 거의 다 기독교요 개신교이지, 불교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독교, 그들 스스로의 이성에 의해서 그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이 시대에 살면서
어찌하여 역행하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다는 말인가...
그것도 강한 집단아집에 사로잡혀 투쟁적으로 말이다.
이 모든 것이 마음의 조화이려니 생각하며 화엄경을 본다.
심여공화사(心如工畵師) 마음은 그림 그리는 화가와 같다.
능화제세간(能畵諸世間) 능히 모든 세상일을 다 그려낸다.
오온실종생(五蘊悉從生) 오온이 다 마음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무법이부조(無法而不造) 무엇도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어느 뛰어난 화가가 화실에서 '귀신'을 그렸다.
그런데 어찌나 리얼하게 잘 그렸던지 마치 진짜 같았다.
잠시후 밥먹을 때가 되어 저녁을 먹고 다시 화실로 들어가려던 화가는 흠칫 놀란다.
문을 열자 마주치는 귀신의 모습이 너무나 공포스럽고 무서워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지가 그려놓고 지가 무서워하며 벌벌 떠는 불쌍한 화가의 모습에서 나는 개신교를 본다.
무상한 인생의 안전장치로 영원불멸의 신을 지가 만들어놓고는
오히려 그 신 앞에 죄인이라 여기고 종이라 자칭하고
그 신의 마음에 들고자 애쓰고, 그 신이 노할까 노심초사하는 가련한 사람들...
다 불쌍한 중생의 극치려니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희망도 있다.
방법론은 다르지만 결국 그들 종교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역시 평화, 사랑, 고통의 소멸이다.
우리 불교와 일맥상통하는 면도 많은 게 사실이다.
또 그들의 그 열정은 본받을 만 하기도 하다.
우리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존재는, 우리를 강하게 해 줄 것이다.
미장원에서 그 아줌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인데,
이 글을 쓰면서 불자로서 나의 신심은 더욱 더 견고해짐을 느낀다.
다음에 그 아줌마를 또 만나게 되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할까?
꽃이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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