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을 왜 하냐? 물으신다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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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4 00:00
옛날 옛날에..
어떤 스님이 으슥한 산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귀신이 나타났습니다.
아주 장난끼 많은 귀신이 스님을 놀래주려고 머리통이 없는 모습으로 스님 앞에 확 나타났는데..
스님이 깜짝 놀라 기절초풍할지 알았더니 웬걸.. "아이구 너는 머리가 없으니
골치 아플 일도 없겠구나' 하시더니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겁니다.
머쓱해진 귀신이 이번에는 손도 없고 발도 없고 팔다리가 없는 흉칙한 모습으로 확 나타났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은 '아이구 넌 손발이 없으니 나쁜 짓을 할래도 할 수가 없겠구나' 하고 마는 겁니다.
또 그냥 태연하게 가던 길을 가..
그래서 귀신이 이번에는 꼭 놀래줘야지 하고는, 몸통이 없는 끔찍한 모습으로 확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스님은 전혀 동요치 않고 '야야 넌 몸통이 없으니
큰 병 걸릴 염려도 없겠구나' 이러고 마는 겁니다.
스님을 놀래주려다가 오히려 민망하게 된 귀신은 스님 앞에 삼배의 절을 올리면서
'스님, 스님께서는 참으로 대담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앞으로 큰 깨달음을 얻으실 것입니다' 하곤 물러갔다고 합니다.
여러분, 우리들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장난꾸러기 귀신이 스님을 놀래주려고 별별 흉칙한 모습으로 나타났듯이
인생도, 심술궂은 인생도 우리를 골탕먹이려고 가지가지 운명의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때로는 돈 때문에, 재산문제로 힘들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지도 않던 사람이 배신하고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병에 걸려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우린 그럴 때마다 마음에 상처를 받고 아파하면서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닙니다. 그런 큰 일은 고사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소소하게 짜증나고 화나고 스트레스받고 열받고, 근심 걱정되는 일이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렇게 마음에 불편한 것들.. 이게 다 고통입니다, 괴로움입니다.
그런데 아까 그 스님처럼 그렇게 흔들림 없이 여여한 마음으로
어떤 일을 당해도, 어떤 불행 앞에서도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마치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같이..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게 바로 행복입니다.
어둠이 없는 게 밝음이듯이, 괴로움이 없는 게 행복입니다.
여러분,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습니다.
아니,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모두가 다 행복을 원합니다.
그런데 이 '행복'이라는 놈은 아주 도깨비같고 미꾸라지 같아서, 손에 넣기가 어렵습니다.
돈 없는 우리 생각엔 백억 이백억 엄청난 부자들은 엄청나게 행복할 거 같고
저 인기가 무지하게 많은 탈렌트 스타들은 무지하게 행복할 거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 봅니다. 뉴스를 보면 그들도 지지고 볶으면서 살고
우울증도 걸리고 이혼도 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노총각은 장가만 가면 행복할 거 같고, 실업자는 취직만 하면 행복할 거 같고
중환자는 건강하기만 하면 행복할 거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부자는 부자대로 괴로움이 있고,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결혼한 사람은 결혼한 사람대로 괴로움이 있습니다.
가난했던 사람이 부자가 되면, 가난의 괴로움이 부자의 고로움으로 바뀐 것이고
실업자가 취직하면, 실업자의 괴로움이 직장인의 괴로움으로 바뀐 것이고
노총각이 장가가면, 노총각의 괴로움이 남편의 괴로움, 가장의 괴로움으로 바뀐 것일 뿐..
괴로움은 여전히 달라붙어 있습니다. 찐드기처럼 따라다니는 이 괴로움..
요걸 어떻게 하면 확 떨쳐버리고 시원하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게 우리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부처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처님이 되시기 전에 왕자의 신분으로 있을 때, 인생의 괴로움을 보시고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괴로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괴로움을 사무치게 보시고
'아 이 괴로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설사 내가 한 나라의 왕이되고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린다 하더라도
이 괴로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라는 아주 절실한 심정으로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모든 걸 포기하고 출가를 결행하셨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선 그 길을 찾으셨을까요? 물론입니다.
자, 여기 부처님의 표정을 한번 보십시요. 아주 편안합니다.
또 불상을 조성할 때 머리 뒤에 둥그렇게 광배를 그리기도 합니다.
얼굴에서 환한 빛이 나온다는 상징입니다. 환한 얼굴..
여기 어디에 근심걱정이 있습니까? 어디에 스트레스가 있습니까?
여기 어디에 분노, 원망, 두려움이 있습니까?
그런 것들이 있다면 이렇게 평온한 표정일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행복하려면, 행복하고 싶다면
간단합니다. 부처님처럼만 하면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느냐?
부처님께선 그 방법을 아주 자세하게 일러주고 가셨습니다.
깨달음을 얻고 녹야원에서 첫 법문을 하실 때에도 그런 말씀하셨고,
또 돌아가시기 직전, 열반에 드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도 또 거듭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괴로움을 싹 소멸하고 진짜 행복을 얻는 방법..
그게 무엇이냐? 간단하게 말하면..
팔정도를 닦아서 사성제를 성취하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불교는 이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간단합니다.
팔정도를 닦아라.. 도를 닦는 겁니다. 이것을 '수도한다' 이러죠.
수도.. 많이들 쓰는 말로 하면 '수행'입니다.
수행.. 수(修)는 닦는다는 말이고, 행(行)은 '행동'이 아니라 '심리현상들'입니다.
반야심경에서 '색수상행식' 이라고 할 때, 그 '행(行)'입니다.
마음의 심리현상들.. 즉 마음을 닦는 것이죠.
그럼 도대체 우리 마음은, 수행하지 않은 마음은 어떤 마음이기에 닦아야 하는가..
우리 마음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갔다가..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 이걸 잡았다가 저걸 잡았다가..
또 보면 보는대로, 좋은 거 보면 쫓아가고, 싫은 거 보면 도망치고, 그러면서 놀라고 다치고..
이렇게 들뛰는 게.. 마치 고삐 풀린 송아지 같습니다.
그 송아지를 그냥 방치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서
남의 밭에도 막 들어가 곡식들을 짓밟고 망가뜨릴 겁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집니다. 그냥 방치하면 천방지축..
남에게도 상처를 주고 나한테도 해를 입힐 겁니다.
그래서 그 송아지를 길들이려면 고삐를 만들어서 말뚝에다가 꽉 붙들어 매놔야 합니다.
그 말뚝이 무엇입니까? 참선이고 염불이고 사경이고 108배입니다. 이게 수행입니다.
이뭣고 하는 의심덩어리에다가, 아미타불 아미타불, 관셈보살 관셈보살 하는 염불소리에다가
그걸 말뚝 삼아 이 마음을 꼬~옥 붙들어 매놓는 겁니다.
과거로 미래로, 여기로 저기로, 사방팔방 돌아치는 산란한 마음을 꽉 붙들어 매놓는 겁니다.
그렇게 그 송아지가 길들여지면, 말뚝을 뽑아버려도 도망가지 않고 얌전히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수행으로 잘 다스려지면, 참선 안 해도, 염불 안 해도
산란하지 않고 고요하게 안정되고, 지금 여기로 집중이 잘 됩니다.
그 집중이 점점 깊어지고 깊어지면.. 몰록 지혜가 열립니다.
그러한 수행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 마음은 점점 넓어지고 유연해지고, 맑고 밝아져서 허공처럼 되어갑니다.
마치 딱딱하고 차갑던 얼음덩어리가 따뜻한 온기를 만나 차차로 녹아 물이 되고, 수증기가 되고
그 수증기가 증발해서 온 세상에 꽉 차듯이, 우리 마음도 이 우주에 꽉 찰 정도로, 아니 더 크게 넓어져 갑니다.
이런 마음엔 웬만한 고통은 고통도 아닙니다. 늘 충만하고, 늘 당당한 마음으로 되어갑니다.
소위 내공이 쌓인다, 내공이 대단하다 하는 그런 마음이 됩니다.
아까 그 스님처럼, 여기 이 부처님 얼굴처럼.. 그렇게 닮아갑니다.
사실 불교는 꼭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당해도 좋은 마음을 바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행의 효과입니다.
그렇게 되면 뭐가 좋으냐?
이렇게 마음이 평온하면,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평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
이것 자체만으로도 사실 진짜 자유이고 진짜 행복이지만, 부수적으로 좋은 게 또 있습니다.
불교의 수행이, 명상이 건강에 좋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지금 미국에선 이 불교의 명상수행을 활용한 MBSR이라는 치료기법을 개발해서
이미 수많은 병원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고, 미국 정부에선 의료보험 혜택도 주어가면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대단한 일이죠?
또 마음이 수행을 통해서 그렇게 맑고 밝고 좋아지면, 좋은 인연들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는데 똥파리가 자꾸 쫓아오더랍니다.
창피하게 왜 자꾸 쫓아오냐? 저리 좀 가라 했더니 똥파리 왈,
야 니 옷에 내 밥 묻었어.. 이러더랍니다.
나에게서 나쁜 냄새가 나면 나쁜 것들이 따라옵니다.
그러나 정반대로.. 좋은 향기가 나면 좋은 것들이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마치 자석에 쇠붙이가 끌려오듯이..
이걸 '시크릿'이라는 책에서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라 하였습니다.
그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입니다.
수행을 하면 그 좋아진 마음에서 좋은 향기가 나기 때문에
좋은 인연, 좋은 사람, 좋은 일들이 자꾸 따라오게 됩니다.
그러면 하는 일도 잘 풀리고..
돈도 따라올까요 아닐까요? 따라옵니다. 주위에 사람이 모이면 돈도 모이게 되어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뜻밖에 일이 잘 풀려나가는.. 인생살이가 구순하고 원만해지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마치 누가 도와주는 것처럼..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도와주는 것처럼.. 뒤에서 바람이 밀어주는 것처럼..
이걸 이제 '업장이 소멸됐다' '가피를 입었다' 이렇게들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참 좋겠죠?
그래서 수행은 이렇게 좋은 건데, 특히 어떤 사람들한테 좋으냐? 하면,
성격이 아주 까칠한 사람.. 욱 하는 성질.. 급한 성질.. 또 주의가 산만한 사람 있죠?
이런 사람들 수행하면 아주 좋습니다.
저 금강경에서 부처님하고 대화를 하는 수보리 존자도
출가하기 전에 어찌나 성질이 까칠하고 사나웠던지 친구들도 다 떨어져 나가고
가족들도 포기하고, 동네에서도 포기하고.. 그래서 산으로 쫓겨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산에 가서도 나무한테 시비하고 돌이나 풀한테 까지도 자꾸 해코지를 하는 바람에
산신령도 감당이 안돼.. 그래서 산신령이 수보리를 부처님한테 소개해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해서 완전히 새사람이 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한테 아주 좋구요..
또 왠지 자꾸 인생이 꼬여간다, 하는 일마다 안 된다..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기도 수행하면 좋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마음이 맑아지고 좋아지면 좋은 인연들이 모여들어
얽힌 실타래 풀려가듯 인생사가 풀려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행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사주팔자도 바뀐다고들 하는 겁니다.
또 마음의 병 있죠? 홧병이나 심장병, 특히 우울증에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명상 수행을 하면 집중력이 높아져서 성적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수행에 좋은 점이 참 많죠?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에 수행은 뭔 수행을 하냐?
수행하면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수행하면 쌀보다 더 좋은 거, 밥보다도 더 좋은 게 나온다고..
그래서 나는 수행한다고.
그래서 나는 수행자로서 살아가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