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의 교훈'
장석효
0
7,685
2007.01.03 00:00
어느 시간관리 전문가가 경영학과 학생들 앞에서 퀴즈를 냈다. 그는 항아리를 탁자 위에 올려 놓고 주먹만한 크기의 돌로 가득 채웠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예"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탁자 밑에서 자갈을 한움큼 꺼내 항아리에 넣고 적당히 흔들었다. 주먹만한 돌 사이에 자갈이 가득 차자 그는 다시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이번엔 아무도 말이 없다. 그러자 그는 다시 탁자 밑에서 모래주머니를 들어 올려 자갈 사이의 빈틈을 모두 채운 다음 다시 물었다.
■ "이젠 가득 찼나요?"
학생들이 가만히 있자 그는 조용히 물 주전자를 들어올려 항아리에 물을 부었다. 이제 강사가 물었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 대답했다. "당신의 스케쥴이 아무리 가득 차 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 사이에 또 다른 일을 끼워 넣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듣고 강사는 말했다. "그럴듯 하지만 제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만약 우리가 맨 처음 큰 돌을 넣지 않았다면, 영원히 큰 돌을 넣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나에게 '큰 돌' 은 무엇일까? 시간이 더 가기 전에 항아리 속에 먼저 넣어야 할 바로 그것은 무엇일까?
-------------------------------------------------------
우리는 참으로 바쁘고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힘들고, 직장인들은 일터에서 애쓰고, 일요일이 되면 놀러다니랴, 운동으로 건강챙기랴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왜들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해서, 출세를 하기 위해서,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이유야 다양하지만 한마디로 요악하면 바로 '행복'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재력, 권력, 명예, 건강.. 이 모든 것이 행복의 조건이 될수는 있을지언정, 그 자체가 행복은 아닙니다. 행복이란 마음에 부족함이 없고 마음이 평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행복'은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고3수험생은 대학만 가면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대학에 가고 보면 또다시 새로운 조건이 붙습니다. 취직을 하면 행복할 거 같지만 또 승진을 해야 행복할 거 같고, 결혼해야 행복할 거 같고... 이렇게 외부의 조건에 의존하는 행복은, 끝없이 따라붙는 새로운 조건때문에 신기루와 같고 무지개와 같은 것입니다.
예로부터 부귀영화를 행복의 대명사처럼 이야기합니다만, 부처님께서는 그 부귀영화를 충족한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를 결행하셨습니다. 부귀영화가 행복의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 생로병사의 한계상황에서조차 괴로움을 느끼지 않고 평온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였고, 기어이 그 길을 찾으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 참다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별별일을 다 겪습니다. 온갖 어려운 상황을 만나기도 하고,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갑작스런 천재지변을 당하기도 합니다. 올 여름 장마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속에서 신음하는 이재민들이 많습니다만, 누구든지 이런 온갖 고난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법회때마다 독송하는 반야심경에 보면, '관자재보살께서는 일체의 고액을 벗어나시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 우리도 보살님같이 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우리를 모든 환난으로부터 지켜주고 우리를 참다운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올바른 길이 바로 불교의 가르침 속에 있기 때문에, 열심히 수행정진하여 불보살께서 걸어가신 그 길을 꾸준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반드시 관자재보살처럼, 부처님처럼 될 수 있습니다. 병술년하안거 한달수도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결코 편안한 길은 아닙니다만 이 수행이야말로 나를 환난으로부터 지켜주고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으로, 지금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나의 '큰 돌' 이라는 다짐으로 용맹정진하시기 바랍니다.
■ 세계적인 극작가 버나드쇼는 자신의 비석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 '어물어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마주치게 될 죽음의 순간을, 후회없이 당당하고 평온하게 맞이하기 위해서, 나의 큰 돌을 지금 당장 내 항아리에 넣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