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의 신비
관리자
0
7,697
2010.12.22 00:00
법화경의 신비
내가 한동안 경전에 심취해 있던 시절 이야기 입니다.
지리산에 있는 작은 암자에 공부를 많이 한 선승이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나는 공부를 하다가 의문난 점이 있으면 찾아가서
법을 묻고 하는 그런 사이였습니다.
그날도 나는 지리산을 지나는 길에 그 암자에 잠시 들러서 몇 가지 법을
묻고 있는데, 갑자기 책꽂이에 꽂힌 몇 권의 법화경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선승을 만나러 몇 년 동안 왔지만 법화경이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스님, 죄송합니다만 저는 아직까지 법화경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법화경 여분이 있으면 한 권만 주십시오. 이상하게 오늘은 법화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십니까? 내가 법화경을 인연 따라 보시를 해왔는데 이제 몇 권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내가 이 법화경 10권을 드리겠습니다. 스님도 인연
따라 누구든 보시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스님은 법화경을 내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스님, 이 법화경은 대단한 경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무서운 경이기도
합니다. 이 경을 읽다가 몸이 다친 수행자들이 많습니다. 어떤 스님은
목숨까지 잃었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아무런 뜻도 모르고 그냥 읽는 경우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법화경의 깊이를 알고자 하면 이 법화경을 읽을 자격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스님, 경전을 보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합니까? 그냥 인연 따라 보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다른 경전은 몰라도 내 경험에 의하면
법화경만은 자격을 갖추어야 만이,
법화경이 가지고 있는 그 힘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 자격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스님이 하도 진지하게 말을 해서 믿지 않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 자격은 수행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딱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습
니다. 일단 법화경을 읽어 보십시오. 그러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법화경을 가지고 내 암자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새벽 예불이 끝나고 나면 염불을 하듯 법화경을 몇 편씩 읽어 나갔
습니다. 어떤 경험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일주일 동안 3독을 했지만 아무런 경험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그 스님이 법화경을 신중하게 모시라고 나에게 그런
방편을 썼구나 생각하고, 그 스님이 했던 말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8일째 되던 날, 새벽예불을 마치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법화경 첫
장을 여는 순간, 온 몸에 전기 같은 전율이 감싸고 돌더니, 내 입에서 나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아버지! 아버지!’ 하고 부르면서 통곡을 하는 것
이었습니다. 30여분 동안 그 통곡이 끝나자
눈물에 눈이 씻기어 그랬는지는 몰라도, 눈이 매우 밝아져 있었고, 항상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알 수 없는 앙금들이 다 녹아버렸는지 가슴이 펑
뚫린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법화경을 보시했던 스님을 찾아가 통곡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스님, 축하드립니다. 스님은 법화경 읽을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백여 권의 법화경을 보시했는데 법화경을 읽고 스님처럼 법화경
읽을 자격을 갖추고 찾아온 사람은 처음입니다. 아마 이제부터 법화경은
물론이지만 다른 경전도 잘 보일 것입니다.”
“스님, 어째서 그렇습니까?”
“법화경에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전생에 스님이 했던 공부를
이생에 다시 이어줍니다. 그래서 그 법화경의 힘이, 이생에 스님이 지은
업장을 녹여준 것입니다. 얼마나 신비한 힘입니까?”
나는 그 스님의 말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몰라도, 법화경의 신비한 힘을
경험한 후로는 불법에 대해서 하나를 알면 열을 알고, 열을 알면 백을
알게 되었다.
이보다 더 신비한 힘이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