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샘

내 건강을 위해서 벌을 죽여도 될까요?

관리자 0 7,105 2011.04.25 00:00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치료를 받던 중에 벌침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벌을 죽이는 살생이 마음에 걸려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요새 남편이 벌침 효과에 집착하면서 계속 벌침을 맞으려고 욕심을 냅니다.
그러자면 제가 시침을 해줘야 하는데, 침 한번 놓고 벌이 죽어가는 걸 보기가 괴롭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쓰자고 해도 말을 안듣고 오히려 화를 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답
미물이라도 함부로 죽여선 안되지만, 치료를 위해서 꼭 그래야만 되는 사정이라면
벌침 놓기 전에 '내 살라고 너희들 이용해서 미안하다, 죽어서 좋은 데 가라..' 염불해 주고
그 참회의 마음으로 보시금을 좀 준비해서 어려운 이들을 돕거나 환경보호를 위해 보시하고 하세요.

사회생활 하면서, 또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게 된다면 그 에너지를 나쁜 일에 쓰지말고
수행하고 보시하고.. 그런 좋은 일 하는데에 그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그리고, 불가피한 사정으로 낙태를 하고 괴로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면 참회의 마음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 참회의 마음으로 어려운 애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리하면 비록 하나의 생명을 해쳤지만
여러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결과가 좋아진 것입니다.
또 아무리 오래 사신 부모라도 돌아가시면 슬프죠.. 그런데 생각을 바꿔서
'이렇게 장수하신 부모가 돌아가셔도 슬픈데, 젊은 나이에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고 장례비용이나 천도재비용을 좀 아껴서 그런 사람들을 돕는데 쓴다면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이런 것을 '승화'라고 합니다.
우리는 늘 잘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전화위복이 돼서 결과적으로 좋은 일로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늘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화를 한번 냈다면 '수행자인 내가 화를 내다니..'하고 주저앉을 게 아니라
'내 공부가 여기까지 되었구나. 다음 번엔 이 정도 상황에서도 화 안나는 공부를 해 내야겠다..' 하면서
한번 넘어짐으로써 더 일어나서 더 크게 가는 발자국을 디뎌야 합니다.

이게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는 길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실패는 있지만 좌절은 없습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갑니다.
생일날에도 그저 기뻐만 할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새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보시를 한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렇게 나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그것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일 자체가 승화된다 이 말입니다. 이걸 수행이라고 합니다.

수행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나던지 그 일이 내 인생에 더 좋은 일로 전환이 되는 겁니다.
장애물 경주할 때 많이 넘을 수록 건강해지고, 등산은 힘들어도 그걸 극복하고 올랐을 때 기쁨이 더 크게 마련입니다.
한 100 미터 되는 뒷동산 올랐을 때하고, 한 1,000 미터 이상 되는 높은 산 올랐을 때하고 그 기쁨이 같아요? 달라요?
다르죠.. 그래서 우리 인생의 여러 장애는, 사실은 알고보면 다 복(福)입니다.
그런 장애가 있음으로 해서 내 능력이 자꾸자꾸 커지는 겁니다.
아무 장애도 없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면 여러분들 능력이 커질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운전을 배우는 게 쉬워요? 안 배우는 게 쉬워요? 안 배우는 게 쉽죠..
그러나 배워 놓으면 능력이 생기고 여러모로 좋잖아요. 세상일이 다 그렇습니다.
부부도 아무 갈등이 없는 것도 괜찮기야 하지만, 여러 갈등들을 다 이겨내고 포용하게 되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아무 갈등 없는 것보다 더 낫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갈등을 만들거나 장애를 만들라는 건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장애를 만나더라도 그것이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회피하려고 하면 큰 고통이 되지만, 그걸 기꺼이 받아들이면 오히려 더 좋은 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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