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샘

불공이 무엇인고? <성철스님>

관리자 0 7,214 2012.06.14 00:00
요새 어떻게 보면 한국 불교가 무속(巫俗)인지 종교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기복, 즉 복을 비는 일은 순 이기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기만을 위해 절에 다니고 불공을 한다면, 그것은 불공과는 역행(逆行)이 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남을 돕는 일이 불공이라고 했습니다.
불공이란 남을 돕는 것이고, 그냥 돕는 것이 아닙니다.
저쪽 상대가 부처님이기 때문에 ‘불공’이다, 이 말입니다.
남을 돕고 모시는 것이 불공이다, 이 말입니다.

남을 돕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물질적인 도움이 있고, 정신적인 도움이 있고, 육체적인 도움도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위로해 주는 것도 불공이고,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것도 불공이며,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일도 불공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에 떠내려가는 벌레를 구해 주는 것도 불공이 됩니다.
불공이란 인간끼리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일체 중생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것은 모두 불공입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됩니다.

나를 해롭게 하고 원한이 맺힌 원수를 돕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나를 해롭게 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가장 존경하고 돕는 것이 참된 불공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불교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있지만,
불교에서는 설사 내 부모나 자식을 죽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모와 같이 섬기라고 했습니다.
보통 사람을 돕거나 존경하기는 쉽지만 원수를 그렇게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비입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불공이고, 또한 불교의 근본사상입니다.
그러니 우리 불교에서는 근본생활을 불공하는 데 두어야 합니다.
모든 존재, 모든 상대가 부처인 줄 알면서 부처님으로 섬기고 존경하고 봉양한다면
극락세계를 따로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대로가 극락세계가 아닐래야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인간이 모든 생명이 본래 부처라는 이것부터 알아야 되겠습니다.

절은 불공을 가르치는 곳이지 불공하는 곳이 아닙니다.
탁자에 앉아 있는 부처님만 부처고 밖에 있는 부처님은 부처 아니냐는 말입니다.
탁자에 앉아 있는 부처님은, 모든 존재가 부처라는 것을 가르쳐서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모시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순전히 명 빌고, 복 빌고, 남이야 죽든 말든,
이리 되면 부처님 말씀은 꿈에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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