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장석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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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00:0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다 더 좋은 인사말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정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언제나 새해를 맞으며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주고 받는데, 올해는 복(福)을 상징하는 돼지띠 해라서 더욱 더 실감납니다. 헌데, 복을 바라는 마음은 어려울 수록 더 간절한 법. 그래서인가, 정해년 새해는 보통 돼지 해가 아니라 '황금돼지 해'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복이란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요, 누가 거저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닙니다. 인과응보(因果應報)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알고보면 다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겁니다. 복 받을 짓을 했으면 복 받는 거요, 화(禍)를 부를 짓을 했으면 화를 입는 것은 당연지사.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므로, 복을 '받는 것'은 복덕(福德)이라는 예금통장에서 잔고를 인출해 쓰는 것과 같고, 복을 '짓는 것'은 복덕의 통장잔고를 늘리는 것과 같습니다. 예금이 줄어드는 것보다야 늘어나는 게 더 좋겠죠. 그래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도 좋지만, 더 좋은 말은 새해 복 많이 지으라는 말입니다.
백유경(百喩經)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부자가 있었읍니다. 재물은 많았지만 워낙 어리석어 아무 것도 아는 것이라곤 없었습니다.
하루는 다른 부잣집에 가서 삼층으로 된 누각을 보았습니다.
높고 넓으며 웅장하고 화려하며 시원스럽고 밝았습니다.
그는 무척 부러워하면서 이렇게 생각했읍니다.
'내 재물은 저 사람보다 그리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가 아직까지 이런 누각을 짓지 않았던가.'
그는 곧 목수를 불러 물었습니다.
'저 집처럼 아름답고 웅장하며 시원스런 삼층 누각을 지을 수 있겠는가?'
목수는 대답하였습니다.
'그 집은 바로 내가 지은 집이올시다. 그러니 어려울 거야 없지요.'
그는 목수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이제부터 나를 위하여 저런 누각을 하나 짓게나.'
목수는 곧 땅을 고르고 벽돌을 쌓아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목수가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 것을 보고는 의심이 생겨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목수에게 물었습니다.
'어떠한 집을 지으려는가?'
목수는 대답하였습니다.
'삼층집을 짓는 것이지요.'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아래의 두층은 가지고 싶지 않다. 그러니 제일 윗층이나 짓는 게 좋겟다.'
목수는 대답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아랫층 집을 짓지 않고 어떻게 2층을 올리며, 또 2층을 짓지 않고 어찌
3층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는 아래의 두 층은 필요없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맨 윗층부터 짓게나.'
그 때 이웃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비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어떻게 맨 아랫층을 짓지 않고 윗층부터 지을 수 있겠는가? 욕심도 많으려니와 꽤나 무식한 작자로군.'
아무리 어리석어도 그런 바보가 있겠나?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시험공부는 제대로 안하고 좋은 점수만을 바란다면 그 바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땀흘려 일하기는 싫고 잘살기만을 바란다면 그 바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연습은 게을리 하고 승리만을 바란다면 그 바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복 지을 생각은 안하고 복 받을 기대만 앞세운다면, 아래층은 싫고 3층만 좋다는 그 바보의 심뽀와 다를 바 없습니다. 결과만을 욕심내지 말고 과정에 충실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복 받을 일 하면, 복 받는 거야 자명한 이치입니다. 빨리 받느냐, 늦게 받느냐의 차이요, 현생에 받는냐, 내생에 받는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인과(因果)는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보다 더 좋은 말은 복 많이 지으라는 인사입니다.